2009년 08월 30일
프로와 아마추어
한강을 건너는 법 - by 고종석
2004. 6. 17
슬프다! 17대 총선에 이어 6ㆍ5 재보선에서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동진거사(東進擧事)가좌초했다. 섬진강은 과연 깊고도 넓다. 허나, 지역주의 타파와 전국정당 건설은 참여정부의 존재 근거인 터, 예서 주저앉을 수는없다. 좌절을 떨치고 일어서야 한다.
만만찮은 서울강남 지역주의
결국 우리당은 강북당에 지나지 않았다. 전국적 지역주의도 질기지만 수도 서울 내부의 지역주의역시 그 못지않다. 우리당의 뿌리라 할 옛 민주당이 서울의 구청장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1995년 지방선거에서도 강남인들은 의연히한나라당 전신 민자당을 지켜냈다.
알겠다, 또 한 번의 분당을 통한 ‘일급수’ 노무현 개혁신당의 창당 밖에는 이 난경을 헤쳐나갈 길이 없음을. 지난 16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서울 유권자들은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노무현 후보가 오로지 강북당 후보여서 그를 지지한 사람들, 둘째 그가 강북당 후보인데도그를 지지해준 사람들, 셋째 노무현 개인은 좋은데 강북당 후보여서 그를 버린 사람들. 신당의 지지 기반은 둘째와 셋째 부류유권자들이 돼야 한다. 특히 죽어라고 한나라당만 찍어온 셋째 부류를 껴안아야 한다.
첫째 부류 유권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미묘한 문제다. 일이 잘 안 풀릴 경우 참여정부와 신당이 기댈 마지막 버팀목이 바로 그들이기는 하지만, 바로 그들의 지지 때문에 강남인들이 참여정부를 백안시하는 것도 사실이다.
신당이 강북당 색채를 씻어내려면 그들 가운데 상당수를 털어내야 한다. 강북에서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야 강남에서 표가 생긴다. 신당의 전략은 강남인 상당수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강북인 상당수의 마음을 잃는 것이 돼야 한다.
지난 두 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강남인들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본디 없이 살던 강북인들과 달리, 강남인들은 늘 뭔가를 지녀온 사람들이어서 자존심이 드높다.
그래서 중앙 정부의 권력을 빼앗겼다는 상실감이 예전에 강북인들이 느꼈던 소외감과는 비교할 수없을 만큼 크다.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게다가 강남인들은 의리를 중시하는 터라, 하루 아침에한나라당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지방 선거까지 남은 두 해도 길지 않다. 당장 분당해 순혈ㆍ진성 개혁신당을 만든 뒤차근차근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강남인들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참여정부와 신당은 강북과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예컨대 강남구 의회가 조례를 손질해 재산세율을 좀 낮추자 행정자치부가 지방세법을 고쳐 자치단체 권한을 대폭 줄이겠다는 협박을 한바 있는데, 이런 강북 편향 망동은 두 번 다시 없어야겠다.
강남인들의 상처를 덧낼 종합부동산세제 같은 반자본주의적 발상도 당장 휴지통에 처박아야 한다.분당의 산고를 치르고도 강북 색채를 말끔히 씻어내지 못한 우리당이 17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공공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대통령이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적절히 지적하고 이를 백지화한 것은 남진거사(南進擧事)를 위한 모범적 실천이다. 참여정부는, 적어도 이 문제에서, 포퓰리즘에 물들어 원가 공개를 주장하는 한나라당보다 더 강남 친화적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이라크 파병이나 국가보안법 같은 현안에 대해서도 여권은 늘 강남인들의 마음을 살피고 헤아려야한다. 그리고 분당 이전에라도 우리당 안에 강남발전특위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강남 퍼주기라고 비판해서는 안 된다. ‘장사의원리’는 주고받기다. 당내의 소외된 강남 원외 인사들에게 일정한 역할을 주기 위해서도 강남발전특위는 꼭 필요하다. 머뭇거릴 때가아니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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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은 노통과 참여정부 인사들의 지역주의에 대한 한심한 인식을 까기 위해 이 글을 썼겠지만. 넷극우나 일부 진보들의 지역주의에 대한 인식을 까는 데도 유효할 것 같다. 지역주의를 이용하던 김대중이라는 카리스마적 정치인이 죽었으니 호남 몰표가 사라질 거라던가, 지역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중심적 갈등을 정치적으로 조직하기만 하면 지역주의는 소멸할 것이라던가. 등등.
영호남 지역주의는 사실 별 거 아닌데 정치인들에 의해 이용되었기 때문에 커진 거다? 지역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던 초기에는 별 거 아니었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경제적 문제와 겹치면서 지역주의 문제는 커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강남과 강북의 투표성향 차이가 리버럴과 보수 정치인들이 표 얻기 위해 강남북 갈등을 부추겨서 그런 건가? 강북을 한나라당이 완전히 정ㅋ벅ㅋ했으니 강남북 간의 격차가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봐야 하는가? 강남북의 대립 구도는 계급 격차로 설명하는 분들이 왜 영호남에 대해서는 그러지 못하는가?
우원식은 리버럴 진영의 중심축이 개혁적인 호남-양심적 지식인-변화를 바라는 사회적 약자들이라고 정의했고, 정범구는 딴지일보 인터뷰에서 자신의 지역구(고양시 일산구)를 다니다보면 아파트 32평 이하로는 호남 사투리를, 32평 이상으로는 영남 사투리를 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김욱은 자신의 역작 <영남민국 잔혹사>에서 영남인이 내는 소득세가 호남인이 내는 소득세의 거의 두 배(!)에 육박하는 것을 들었다. 영호남 지역문제는 어느 정도는 계급 문제이기도 하다.
지역 문제가 '만악의 악'으로서, 모든 문제를 제쳐놓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지역 문제가 '만악의 악'이며, 그 원인이 호남이라는 사고 방식은 수많은 재야파들이 한나라당으로 입당하는 명분이 되었다. -_- 그렇다고 해서 지역 문제가 다른 갈등이나 문제들에 의해 가려져서 자연스럽게 소멸될 문제는 아니다. 당신의 '출신 지역'은, 어느 정도는 당신의 '계급'이기도 하다. 당장 너도나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오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라.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역 문제는 계급 문제와도 중첩되는 것이다. 넷극우들은 포기했지만, 진보들은 프로에게 좀 배워라. 아마추어같이 굴지 말고!
(허기사, 넷극우들 사고방식으론 계급도 사회 통합을 위해 사라져야 할 것일지도....)
# by | 2009/08/30 01:25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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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통령 선거 때 민주당이기 때문에 노무현 후보를 찍은 유권자도 있고, 민주당임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후보를 찍은 유권자도 있고, 노무현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후보이기 때문에 안 찍은 유권자도 있어요. 이 세 그룹 중에서 오로지 민주당이기 때문에 노무현을 찍은 사람은 버려두고, 그 다음에 민주당임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을 지지한 사람과 노무현은 좋은데 민주당이라 안 찍어준 사람을 합치면, 이것이 바로 장기적으로 노무현 정권의 지지 기반이 될 수 있는 리버럴의 기반이죠. 저는, 이 세력을 다 아우르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이것을 만들면 그 자체로서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반 넘게 격파하게 될 것이라고 봐요." ([인물과 사상 26](개마고원, 2003), 83쪽~84쪽)
그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우습군요. 부류를 셋으로 나누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세 부류의 숫자만이라도 제대로 파악했다면..... -o-;;;;
강남발전특위에서 폭소했습니다.
뭐, 그래봤자 강남지역에서는 출신을 의심할 겁니다.
근본도 알 수 없는 남편 전처 아들 아니냐고..
바보짓을 했군요.
근데 그걸 실행하는 바보가 있다니 대단합니다.
국민의 대동단결이라도 꿈꾸었던 건가요.
(이 글을 읽고도 열린우리당의 실험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 지 이해를 못한다면 뭐...)
물론 고종석은 열우당의 실험을 비꼬기 위해 썼겠지만, 넷극우나 진보들의 지역주의에 대한 해괴한 인식을 꼬집기에도 좋은 글이라고 봅니다.
저런다고 표를 줄리가.
그런데 영남 세력이 호남에서 의석을 먹는 것만으로 만족할지는 모르겠군요. 노통 일파가 원하는 것은 고향으로의 '금의환향'이었지, 고향사람들은 모르는 '금의야행'은 아니었거든요.